습관이란 정형적이며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반응이라는 점에서 자유로이 변화하는 의도적(意圖的) 반응과 구별된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라베송몰리앵> 은 그의 저서「습관론」에서
<의식(意識)은 지식을 포함하고 있으나 양자(兩者)는 행위를 통해서 전개된다. 의지적 행위는 반복되는 가운데 의지적 성격을 잃고 습관이 된다. 따라서 습관은 매혹과 욕망으로 된 필연성이며, 습관의 형성은 필연성에서 자유를 향한 운동인 생명의 역방향(逆方向)의 운동이다> 라고 갈파했다.
일제의 해방공간에서 겨우 정신 차리고 헌법을 제정하여 국가의 기초를 정립한 제헌절 56주년 연휴에 희대의 엽기살인(토막살해뒤 암매장) 범인이 잡혔다. 그는 10개월간 부유층․부녀자 등 자신의 주장으로는 26명이 살인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10개월간 보도방, 출장마사지 여성 11명을 무차별 살해한 뒤 시내 곳곳에 암매장하는 등 혼자서 모두 20명을 살해하는 역대 최다 살인을 기록하여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연쇄살인 분석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와 우리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라고 이번에도 똑같이 지적하고 있다. 또한 주변 환경에 대해 자신의 노력과 능력 보다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한 억눌린 감정을 제3자에게 공격적으로 표출한 것으로도 진단하고 있다.
해방공간의 좌우의 혼란기인 46년 10월 1일에 대구폭동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북 의성군 의성읍에 그들이 보기에 부르주아 반동인 한약방 아들 셋이 죽창에 난도질당하여 그 창자가 시내 가로수에 내 걸렸다고 한다. 나중에 영양군 일월산에서 그 범인을 잡았는데, 왜 그 정도까지 했냐고 신문하니 앳되어 보인 학생출신 좌익 범인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되더라면서, 한번 사람을 죽이니 자꾸 그 강도가 심해졌다> 라고 진술한 사건이 있었다.
살인도 데모처럼 습관성 있어
데모(시위)라는 것도 아주 독특한 특성이 있다. 어릴적 시골에는 가끔 동네어린이들이 모여 싸리 막대기로 전쟁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재미로 출발하여 상대방 아이를 잡으면 그냥 붙잡아 두었다가 포로 교환도 하고, 개떡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러다가 자꾸 정도가 심해져서 싸리 막대기가 대나무 막대기와 장대로 바뀌고, 연탄재와 돌이 등장하고 결국에는 부상한 아이가 발생하여 어른들이 등장함으로써 사태가 진정되었다. 그러나 그 후 집에 있으면 그 전쟁놀이가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된다. 그래서 괜히 같은 동네아이들끼리 싸움이 나고 안절부절 못하게 되는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된다.
많은 사례가 있지만 지금부터 13년 전 대구 위천공단 문제가 발생하면서 합천댐의 물을 부산, 경남 식수원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이 대두되었다. 이 때 합천의 순박한 군민들이 3일 만에 반대 시위를 위한 엄청난 조직을 순식간에 결성하였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외부의 꾼들이 대거 유입되었지만, 3일 만에 시위대 조직 활동기금이 수억 원이 모이고, 그 단위조직이 군대보다도 더 조직적으로 움직이더라고 당시의 합천군 관계자가 놀라면서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에 후유증이 나타났다. 다름이 아니라 1년이 다 가도록 군민들이 생업에 복귀하지 못하고 데모에 습관된 것 같더라는 지적이다. 최근의 부안사태는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데모의 습관성은 아주 심각할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단최면이란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 미래에는 새로운 좋은 것이 등장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사무엘 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 를 보면, 등장 인물들은 막연하게 고도를 기다린다. 고도가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도 고도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콘서트, 대중집회, 운동경기 등은 모두 집단최면에 속한다. 열광도가 더 클수록 강열한 반응이 나온다. 그래서 울기도하고, 사지의 마비가 오기도 하고, 실신을 하기도 한다.
히틀러라고 해서 특별히 최면을 거는 힘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뉴키즈온더블락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군중들이 그들을 열렬하게 지지 하였을 뿐이다. 히틀러나 뉴키즈온더블락은 그들이 집단적으로 빠지는 길목을 더 잘 알고 있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최면은 기본적으로 걸리려는 사람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히틀러는 그 내용이 나중에 보니 안 좋았던 것이고, 다른 것들도 결과가 좋았던 것이라는 차이 외에는 다 같은 집단최면으로 습관성이 나타난다.
한국은 <종교 전시장> 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새로운 종교 혹은 종파의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 대체로 현재 자생적인 신흥종파가 12개 계열에 133개 교단이 있다고 한다. 물론 신흥종파 혹은 신종교라 해서 사이비종교나 이단으로 불릴 수는 없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종교의 비윤리성 혹은 사기적 행태일 것이다.
사회, 권력, 집단의 오만은 없었는지 자성하는 계기 됐으면
그러면 사람들은 왜 특정 종교의 사이비성 내지 기만성에 빠지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특정종교의 사이비성에 함몰돼 집단최면이나 집단중독 현상을 보이게 되는 것일까? 단지 너무 가난하고 학식이 없거나 무지 때문인가?
그 이유는 우리사회의 사이비 종교는 기복적 요소와 신비체험을 주축으로 성장했으며, 그런 환경이 신앙을 감각적이고 맹목적인 것으로 만들었고, 그 같은 맹목성은 집단적 응집성으로 발전해 사람들의 건전한 판단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기성종교들이 <지치고 소외된 영혼들> 을 감싸 안는데 너무 소홀히 함으로써, 결국 사이비성에 함몰된 신흥종파의 탄생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신앙과 광신의 문제는 결코 신앙과 신앙이 아닌 것, 이성과 반이성적인 것의 문제가 아니다. 광신은 종교적인 삶의 경험과 그것이 지니는 말짓과 몸짓 속에 처음부터 내재한 어떤 잠재적인 것, 즉 습관의 문제이며 중독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역대 주요 연쇄살인 사건에 있어서도 한결같은 공통성을 잉태하고 있다. 다시 떠올리기 싫지만 1975년의 김대두 사건(17명), 1982년의 우순경 사건(56명), 세계 100대 살인사건에 들어간 86년부터 91년까지 10명을 무참히 살해한 화성연쇄 살인사건, 1994년 지존파(至尊派) 사건(5명) 및 온보현 사건(6명), 1996년 막가파 사건과 1999년 영웅파 사건, 부산, 울산의 정두영 사건(9명), 1997년의 대구 동구 연쇄 살인사건(8건), 2002년 용인지역의 20대 2명이 3일간 여성 5명을 살해한 충격적 사건으로 이어졌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살인은 시위와 폭력과 집단체면과 사이비종교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공통성이 있다. 그 하나는 정도가 자꾸 심해진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번 살인이 무섭지 두 번째부터는 습관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우리사회의 충격적 연쇄살인 사건 모두는 사회가 불안정하고 앞으로의 비전이 보이지 않을 때 발생했다. 그리고 가진자가 자기의 도리를 못하거나 소외계층을 무시하거나 눈 돌릴 때 발생했다.
부처는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그 자체도 이기심이요 또한 정신적 사치라고 경계했다. 그만큼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다 같은 존귀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모두는 소외된 인권에 대한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오만, 사회의 오만, 국가의 오만, 권력의 오만, 집단의 오만은 없었는지를 다시 한번 자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우리사회에 없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습관은 결과가 좋으면 발전의 계기가 되지만, 좋은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 세상에는 괴롭히는 자와 당하는 자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橫掃一切牛鬼蛇神(횡소일체우귀사신) : 모든 소귀신, 뱀귀신을 쓸어버리자> 라는 뜻으로 1966년 6월 1일자 중국 인민일보의 사설 제목이다. 피비린내 나는 살육야만극이었던 문화대혁명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구호였다. 결국 문화대혁명은 살인, 시위, 집단최면, 사이비종교의 속성이 총체적으로 결집된 습관의 광기로 역사의 실패였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쇄살인, 시위, 집단최면, 사이비종교의 습관성에 대하여 자성과 경계의 눈빛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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