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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합의는 때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수사를 종결시키고, 재판을 중지시킬 수도 있다. 특히 피해자의 의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범죄가 있다. 바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이다. 이런 죄를 지었다면 합의가 관건이다.

친고죄란 고소가 공소제기 요건인 죄를 말한다. 즉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으면 검사는 기소할 수 없고, 판사도 유무죄를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죄가 친고죄다. 

강간, 강제추행, 모욕죄, 저작권법 위반 등도 친고죄에 해당한다. 성범죄 중에 친고죄가 많은 이유는 피해자의 뜻과는 무관하게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이 오히려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해서 중대한 성범죄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는 없다. 따라서 성범죄 중에서도 중에서도 강간 상해, 집단강간, 강도강간,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등 중범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의 고소가 없이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밝힌 의사에 반하여 죄를 논할 수 없는 범죄이다. 즉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표시를 하면 처벌할 수 없다. 친고죄와 달리 고소가 없어도 수사를 하고 재판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밝히게 되면 사건은 종결된다. 폭행, 과실상해, 협박죄, 명예훼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명예훼손은 인터넷 상이나 언론, 출판물에 의한 것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범죄인 (존속)학대, 상해죄, 집단폭행, 상습폭행 등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재판중이면 법원)에 고소취하서나 처벌불원서(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기재한 서면)를 내면 기소할 수 없고, 재판 중일 때는 공소기각으로 종결된다. 만일 고소인과 합의를 보았다면 반드시 합의서를 작성하고, 그 내용에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취하서나 처벌불원서를 제출한다는 조항을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례를 한 번 보자. A, B씨와 같은 단순폭행 사건은 반의사불벌죄이다. 두 사람이 합의하고 수사기관에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사건은 종결된다. C씨의 경우 저작권법 위반은 친고죄이다. 저작권자가 고소를 취소해주면 더 이상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갈 일이 없다.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전과자가 되지 않고 해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 친고죄 등이 아니더라도 피해자와의 합의는 판사가 형을 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절도, 사기, 횡령 등 금전 범죄는 피해 회복 여부가 감옥에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때도 있다. 따라서 만일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혔고 피해액이 많지 않다면 변호사를 선임할 돈으로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피해자가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여 합의가 되지 않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일정한 금액을 피해자를 위해 법원에 공탁하면 판사가 형을 내리는 데 참작이 된다.

하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하지 않는 뜻을 밝혔다고 해서 무조건 형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법원(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특수강도강간죄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 2명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와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형의 감경요소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양형기준의 특별감경요소인 ‘처벌불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뉘우치고,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피고인들이 강간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므로 감경요소로 고려하지 아니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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