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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서튼 스탠퍼드大 교수
"날 쓰레기 취급한 부장, 미쳤어"… 당신은 나중에 안 그럴 것 같지?
좋은 보스가 되긴커녕 평범한 보스도 쉽지 않다

암호명 '프로젝트 옥시전(Project Oxygen)'.

2009년 초 구글은 사내 인간분석 조직을 소집했다. "좋은 보스(good boss)를 길러낼 방법을 찾아라. 좋은 보스는 회사의 성과를 높일 뿐 아니라 부하들도 행복하게 만든다. 구글의 미래를 위해 차세대 검색 알고리즘보다 훨씬 중요하다."

인간분석 조직은 팀장급 이상에 관한 자료 100종류, 1만건 이상을 수집했다. 업무평가·대면조사·설문조사·사례연구 등 입수 가능한 데이터 전부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꼬박 1년이 걸렸다. 좋은 보스가 되기 위한 8가지 조건이 추려졌다.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매겼다.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수퍼엘리트주의를 추구하는 구글이 1998년 창업 이후 무엇보다 중시해온 '기술적 전문성'이 꼴찌에 겨우 턱걸이한 것이다. 그 대신 '부하와 1대1 만남을 가질 것' '부하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 '부하의 웰빙에 관심을 둘 것'이 앞자리를 차지했다.

로버트 서튼(Robert Sutton) 스탠퍼드대 교수는 "좋은 보스가 되려면 업무능력과 인간미를 균형 있게 갖춰야 한다는 것이 프로젝트 옥시전의 결론"이라며 "구글은 이 내용을 팀장 교육에 적용해 최하위 평가를 받던 팀장들의 4분의 3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조직심리학 박사인 서튼 교수는 인간적 요소가 기업에 끼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해 왔다. "뛰어난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부하를 무시하고 모욕해서 일할 의욕이 없게 만드는 보스다. 권력을 휘두르는 보스가 부하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조직 전체의 문화와 성과가 좌우되는 것이다."

서튼 교수는 작년에 출간한 책 '굿 보스, 배드 보스(Good boss, bad boss)'에서 좋은 보스가 조직과 부하에게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 Weekly BIZ가 지난달 10일 스탠퍼드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결국 보스에게 달렸다. 포천(Fortune) 500대 기업이든, 5명짜리 팀이든 똑같다. 좋은 보스는 조직의 성과를 기대치 이상으로 높이면서, 부하들도 존중한다. 공적은 부하에게 돌리고, 책임은 자기가 진다. 회사가 부당한 요구를 하면 부하들을 위해 인간 방패가 된다. 부하들은 좋은 보스를 위해서라면 또다시,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어한다."

서튼 교수는 그러나 "좋은 보스가 되는 특효약이나 지름길은 없다"고 말했다. "좋은 보스가 되려면 개처럼 뛰어야 한다.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야 한다. 고비 때마다 부하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로버트 서튼 교수의 책 ‘굿 보스, 배드 보스’의 부제(副題)는 “최고의 보스가 되려면… 최악의 보스에게 배워라(How to be the best… and learn from the worst)”이다.

 “‘권력중독’ ‘시간압박’ ‘성과압력솥’에 시달리면 사람은 누구든, 언제든 나쁜 보스가 돼 버릴 수 있다. 좋은 보스가 되려면 당신 안의 나쁜 보스부터 다스려라”고 로버트 서튼 교수는 말했다. / 로버트 서튼 제공

서튼 교수는 “좋은 보스가 되는 방법 중 하나는 나쁜 보스가 하는 짓을 따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는 2가지 차원에서 평가할 수 있다. 첫째 업무를 잘 처리하는가, 둘째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가. 나는 후자(後者)를 기준으로 나쁜 보스인지 여부를 판정한다. 업무능력도 없으면서 부하들을 쓰레기 취급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나쁜 보스다. 하지만 업무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기보다 힘이 약한 부하들을 무시하고 모욕하며 일할 의욕을 잃게 만든다면 그도 역시 나쁜 보스다. 조직 전체가 제대로 일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선 똑같다.”

서튼 교수는 “문제는 좋은 보스는커녕 평범한 보스가 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누구든, 언제든 나쁜 보스가 돼버릴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본성(本性)”이라고 말했다.

①왜 좋은 보스가 되기 힘든가?

서튼 교수는 좋은 보스가 되기 힘든 이유를 심리학 실험 결과에서 찾았다. 그는 ‘쿠키 실험’을 예로 들었다. “학생 3명이 있다. 2명에겐 보고서를 쓰게 한다. 1명에겐 평가를 하게 한다. 이들 앞에 쿠키가 담긴 쟁반을 내놓는다. 평가를 맡은 1명이 갑자기 ‘돼지’로 변한다. 나머지 2명보다 쿠키를 훨씬 많이 먹는다. 입을 쩍 벌린 채 부스러기를 마구 흘린다.” 이렇듯 사람은 작은 권력만 잡아도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 특히 아랫사람은 안중에도 없다. ‘권력중독(power poisoning)’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서튼 교수는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성과를 내도록 압박을 당하면 ‘시간압박(time pressure)’ ‘성과압력솥(performance pressure-cooker)’ 현상에 빠져 역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착한 사마리아인 실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학생들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을 주제로 강연을 부탁했다. 강연장으로 가는 길에 어떤 사람이 심한 기침을 하며 이들 앞에 쓰러졌다. ‘강연할 때까지 시간이 넉넉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신학생들 중 63%가 쓰러진 사람을 도왔다. 하지만 ‘바로 강연을 해야 한다’고 재촉당한 신학생들은 10%만 쓰러진 사람을 도왔다.”

②나쁜 보스, 모든 것을 망친다

서튼 교수는 “나쁜 보스는 부하, 회사, 그리고 자신까지 모두 망친다”고 말했다. 나쁜 보스는 부하들의 건강을 해친다. 스웨덴 남성 3100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했다. 나쁜 보스와 일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심장발작에 걸릴 위험이 20% 이상 높았다.

나쁜 보스는 부하들의 가족과 연인까지 괴롭힌다. “‘나는 집에 오면 보스를 욕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내는 매일 밤 2시간 동안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는 이메일을 보내온 경우가 있었다”고 서튼 교수는 전했다.

나쁜 보스는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2001년 미국 기업 ‘서너’의 CEO 닐 패터슨은 간부들에게 ‘토요일에도 직원 절반 이상이 나와서 일하지 않으면 2주 후엔 너희부터 해고해 버린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누군가 이메일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사흘 만에 22%나 떨어졌다. 나쁜 보스에게는 부하들뿐 아니라 시장도 등을 돌린다.”

나쁜 보스는 결국 자신도 망친다. “유능한 부하들이 따르지 않는다. 실적이 오르기 어렵다. 그가 삐끗하는 순간 피해자들이 한꺼번에 덤벼든다. 모든 것이 끝장난다.”

③나쁜 보스가 되지 않으려면…

나쁜 보스가 되지 않는 첫 단계는 “나도 보스가 되고 압박을 당하면 언제든지 나쁜 보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서튼 교수는 지적했다. “사람들은 자신을 과대 평가하는 속성이 있다. 운전자의 90%는 자신의 운전능력이 평균 이상, 미국 고등학생의 70%는 자신의 리더십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착각부터 깨뜨려야 한다.”

다음 단계는 ‘통제관’을 두는 것이다. 서튼 교수는 “당신이 나쁜 보스 짓을 할 때마다 ‘지금 나쁜 보스 짓 했다’ ‘당장 그만두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쁜 보스 병을 고치는 가장 좋은 약은 수치와 긍지다. 14살짜리 아들이 당신의 행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할지, 부끄럽게 생각할지를 항상 물어보라”는 것이 서튼 교수의 근본 처방이다.

나쁜 보스 짓을 저지른 뒤에 부하들의 용서를 받는 방법도 있다. 성과를 추구하다 보면 부하들을 지나치게 밀어붙일 경우가 있다. 매출 증대, 이윤 확보를 목표로 하는 기업에서 보스가 ‘늘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도 없다. 서튼 교수는 “부하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평소에 ‘애정점수(love point)’를 따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④나쁜 부하는 어떻게…

“조직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부하, 초조·불안·짜증을 퍼뜨리는 부하,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부하는 모두 ‘나쁜 부하’들”이라고 서튼 교수는 정의했다.

“나쁜 부하가 1명이라도 있으면 조직의 성과가 30~40% 떨어진다. 썩은 사과 하나가 상자 속 사과 전체를 썩게 한다. 즉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나쁜 부하는 채용과정에서 걸러내야 한다. 채용할 땐 멀쩡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쁜 부하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을 개선하는 데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서튼 교수는 “선택의 문제”라고 말했다. “1개월짜리 프로젝트 팀이라고 해보자. 굳이 누군가를 개선하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한 달 뒤엔 안 볼 사람이니까. 하지만 몇 년을 함께 해야 할 사람이면 고쳐볼 이유가 있다.”

개선이 안 되지만 내쫓기엔 아까운 재능을 가진 경우도 있다. 미드웨스트 항공에는 ‘안전관리의 황제’로 불리는 고참 엔지니어가 있었다. 기체 결함을 기가 막히게 찾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료들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는 독설가였다. 경영진은 그에게 별도 건물에 독립 사무실을 내줬다. 다른 동료들과 물리적으로 격리한 것이다. 서튼 교수는 “기업은 효율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때로는 다른 부하들이 나쁜 동료에게 신경을 끌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지만 사회적 소통능력이 떨어져 동료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을 개선하거나 격리할 필요는 없다. “어디에나 외톨이 늑대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업무는 완벽하게 처리한다. 그냥 내버려두는 방법이 최선일 수 있다.”

⑤나쁜 보스에게 통쾌한 복수를?

지난 7월 미국에서 개봉한 코미디 영화 ‘끔찍한 보스들(Horrible bosses)’. 성관계를 강요하는 여성 보스, 부하의 공을 가로채 자신이 승진할 생각인 보스, 마약중독에 무능·부패한 보스…. 견디다 못한 부하들은 서로의 보스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살인엔 실패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통쾌한 복수는 해낸다.

서튼 교수는 “영화와 달리 현실에선 나쁜 보스에 대한 복수가 쉽지 않다. 작은 복수가 큰 고통을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자신을 괴롭히고 과자를 훔쳐먹는 보스를 둔 여성 라디오 PD가 있었다. 이 PD는 과자 속에 설사약을 넣었다. 보스는 더 이상 과자를 먹지 않았지만 이 PD에게 온갖 허드렛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결국 이 PD는 회사를 나왔다. 권력을 가진 보스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서튼 교수는 “나쁜 보스에겐 스마트(smart)하게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그의 악행(惡行)을 모두 기록해 두라. 여성 간호사에게 ‘뚱보’라고 놀린 의사, 부하의 얼굴에 불붙은 담배꽁초를 던진 방송국 간부, 출장 비용을 매번 부풀려 청구한 임원…. 이들에게 피해를 입은 부하들은 힘을 합쳐야 한다. 나쁜 보스가 실적이 떨어질 때, 회사가 윤리 감사를 실시할 때, 그리고 CEO가 보스를 교체할 의사를 내비칠 때…. 기회는 반드시 온다.”

서튼 교수는 “나쁜 보스들은 자신의 부하들이 얼마나 스마트한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 부하들이 참을성까지 있다면 정말 긴장해야 한다. 당신의 부하들은 언젠가 더 많은 증거들로 당신의 발목을 잡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⑥좋은 보스가 되려면…

“좋은 보스는 부하들의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부하들은 좋은 보스를 위해 또다시,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어한다.” 서튼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좋은 보스가 되려면 역시 사람의 심리를 잘 알아야 한다. 서튼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로 10개의 일만 하고도 15개의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부하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들의 실제 업적보다 칭찬을 많이 해주라”고 했다.

나쁜 보스가 ‘부하들이 일을 못하게 만드는 자’라면, 좋은 보스는 ‘부하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서튼 교수는 “회의나 잡무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할 것”을 권했다. 앉아서 하는 회의보다 서서 하는 회의가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을 34%나 줄인다. 의사결정의 품질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또 사람이 잡무를 하다가 본 업무로 돌아오는 데 평균 25분이 걸린다. 업무평가표, 출장보고서는 되도록 간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좋은 보스는 ‘위에서 내려오는 바보 같은 지시’를 막아주는 인간방패 역할도 해야 한다. 부하들이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빼앗는 지시라면 앞장서서 거부할 필요가 있다. 서튼 교수는 그러나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신의 경력과 부하들의 장래를 모두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같은 감각으로 ‘반드시 이겨야만 하고 실제로 이길 수 있는 싸움’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 사소한 싸움에 목숨 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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